[재테크] 뭐!? 내 퇴직연금 수익률이 이것밖에 안 된다고?? (feat. DB형 VS DC형) (+연금 수익률에 대한 오해)

회사에서 올해부터 DC형 퇴직연금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직장 동료들은 급 어리둥절 상황. DB형DC형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부지런히 설명해줬다.

 

나: "연봉 상승률이 높으시면 DB형이 유리할거고, 직접 운용하는 것에 자신있으시면 DC형이 유리할 거에요. 왜냐하면..."

 

열심히 설명해줬는데, 못 알아듣는다.

 

동료: "아 DB형 넣어뒀더니 수익률이 0.3%에 불과하네요.. DC형으로 바꿀까봐요.."

 

나: '??? DB형이면 운용 수익률이 낮을수록 본인에겐 유리한건데?? '

 

밑줄 친 문장이 이해가 안 되신다면, 이번 포스팅을 읽어보시면 될 것 같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DB형 연금과 DC형 연금의 차이와 무엇이 더 유리한지에 대해 설명해보겠다.

 

| 퇴직금 VS 퇴직연금

우선 그 전에 설명할 것은 퇴직금퇴직연금의 차이다.

 

근로자의 퇴직급여제도에는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하는데, 하나가 퇴직금이고 다른 하나는 퇴직연금이다.

퇴직금은 회사가 직접 가지고 있으며, 근로자가 퇴사할 때 일시급으로 지급한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아닌 외부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으며, 일시금이나 연금 형태로 수령 가능하다.

 

퇴직금은 회사가 직접 들고 있는 금액이기 때문에 중간정산 등 수령이 비교적 자유로우나,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파산할 경우 퇴직금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수급 불안정) 수령 시 퇴직소득세가 적용된다.

 

반면에 퇴직연금은 금융기관이 들고 있으므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더라도 퇴직급여 수령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안전하게 보장된다. 연금으로 수령하게 되면, 한도 미만 금액*에 대해선 연금소득세(퇴직소득세의 70%수준)가 적용된다. 또한 중간정산이 안 되는 것도 아니며, 연금을 담보로 대출도 할 수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퇴직금보다 훨씬 낫다. 그러므로 요즘 대부분의 기업들은 퇴직금이 아닌 퇴직연금을 채택하고 있다. 

 

* 연금수령한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간 수령 금액. 수령 한도 내 금액에 대해선 퇴직소득세 대신 퇴직소득세의 70% 수준인 연금소득세를 내게 된다.  (연금수령한도 = 과세 개시일 연금계좌 평가액 / (11-연금수령연차) x 1.2)

 

| DB형 VS DC형

퇴직연금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DB형과 DC형이 있다.

 

DB형은 Defined Benefit의 준말로 한국말로 '확정급여형'이라고 한다. 

확정급여형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근로자가 받을 금액은 정해져(fix)있다는 뜻이다.  

 

DB형 금액 =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 X 근속연수 (fix)

 

DB형에선 회사가 연금의 운용을 맡으며, 운용에 따른 수익이나 손실은 모두 회사의 몫이 된다. 운용 수익률이 어떻던 간에 근로자가 받을 금액은 일정하다는 사실!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건 없다. 반대로 생각하면 운용 손실이 있어도 근로자가 받을 금액에는 변함이 없다.

 

 

DC형은 Defined Contribution의 준말로 한국말로는 '확정기여형'이다.

말 그대로 기업이 내준(기여한)금액은 이미 확정되었다는 말이다.

회사에서는 매년 근로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이상을 금융기관에 납부하고 그 이상은 관여하지 않는다. 이후로는 근로자가 여러 상품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DC형 금액 = (Σ 회사가 매년 납부한 금액) X 수익률 (flexable)

 

DC형에서는 연금의 운용 책임은 회사가 아닌 근로자 개인이 맡게 된다. 퇴직연금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하게 되며, 금융상품에서 나오는 수익이나 손해는 모두 개인이 감당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수익률이 높을수록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것이 많다. 물론 잘못 투자하여 잃는 것에 대한 책임도 근로자의 몫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근로자가 DB형을 선택했다가 DC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DC형을 선택했다가 DB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DC형은 이미 기업이 내줄 돈을 다 줬는데, 근로자가 DC형에서 손해나서 연금 다 까먹고 다시 DB형으로 와서 '헤헤~ 잃었어요 다시 돈 좀..'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DC-> DB는 원칙적으로 불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 그래서 뭐가 유리한건데?

 

자 이제 저 위에

'DB형이면 운용 수익률이 낮을수록 본인에겐 유리한건데??'

라고 적은 이유를 이해하겠는가?

DB형은 이미 받을 금액이 정해져 있다. 연금 운용 수익률과는 관계 없이 내 연봉 금액이 이미 내 퇴직연금을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수익률이 높으면, 내가 DC형을 채택했다면 받을 수도 있었던 수익금들이 회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보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수익률이 낮으면 (만약 수익률이 0.3% 수준이라면 연평균물가상승률보다 낮으니 수익률 자체가 양수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손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서 오는 손해는 오로지 회사에서 감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겐 오히려 다행인 것이다. 

 

물론 DC형으로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DC형이 DB형보다 유리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DB형 금액 기준에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받은 금액이 전체 재직 기간에 대한 퇴직연금 금액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봉 상승률이 높은 직장에 재직하는 사람은 DB형이 왠만한 수익률의 DC형보다 더 유리하다.

 

 

--말 나온김에 계산해보자--

 

A씨는 연봉인상률이 매우 높은 회사에 5년 재직했다.

초봉은 3600만원이고 연평균 연봉상승률은 8%에 달한다.

운용수익률은 연평균 5%라고 가정한다. (5%는 높은 수치다)

 

1년차: 300만원

2년차: 300만 x 1.05 + 300만 x 1.08 = 639만원

3년차: 639만 x 1.05 + 300만 x 1.08 x 1.08 = 1,020만원

4년차: 1,020.87만 x 1.05 + 300만 x 1.08 x 1.08 x 1.08 = 1,449만원

5년차: 1,449.827만 x 1.05 + 300만 x 1.08 x 1.08 x 1.08 x 1.08 = 1,930만원

 

DC형 퇴직연금 수령액은 약 1930만원이 된다.

 

DB형을 선택했다면?

5년차 연봉 = 4,897만원 ->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 = 408만원

여기에 근속년수 5년을 곱하면,

DB형 퇴직연금 수령액은 약 2,040만원이 된다.

 

1,930만원 (DC형) < 2,040만원 (DB형)

 

DB형이 100만원이나 이득이다.

DC형의 운용수익률은 사업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5%는 꽤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에 무관한 DB형이 높게 나온 것이다. 이처럼 연봉상승률이 높다면, DC형보다 DB형이 유리할 수도 있다.

 

 

--이번엔 반대의 케이스를 계산해보겠다--

 

B씨는 초봉이 3960만원으로 A씨에 비해 높으나, 연봉상승률이 2%로 낮은 편이다.

이 때도 운용수익률은 5%라고 가정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5%는 높은 수익률이다.)

 

1년차: 330만원

2년차: 330만 x 1.05 + 330만 x 1.02 = 683만원

3년차: 683만 x 1.05 + 330만 x 1.02 x 1.02 = 1,060만원

4년차: 1,060만 x 1.05 + 330만 x 1.02 x 1.02 x 1.02 = 1,463만원

5년차: 1,463만 x 1.05 + 330만 x 1.02 x 1.02 x 1.02 x 1.02 = 1,894만원

 

DC형 퇴직연금 수령액은 1894만원.

 

DB형의 경우에는

5년차 연봉 = 4,286만원 ->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 = 357만원

5년을 곱하면..

DB형 퇴직연금 수령액은 1,785만원이 된다.

 

1,894만원(DC) > 1785만원(DB)

 

DC형의 수익률이 충분하다고 가정할 때, 연봉상승률이 낮은 직장인은 DB형을 채택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상황을 가정했으므로, 무엇이 본인에게 더 유리할지는 각 상황에 따라 스스로 계산해봐야한다. 실제로 5% 수익률은 DC형에서도 매우 높은 수익률이다. 이 수익률을 기대하지 못하는 투자 상품도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자는 본인이 가입하고자 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수익률은 그동안 얼마나 되어왔고 앞으로도 그 수익률이 지속될 수 있겠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업계 및 재직기간의 평균적인 연봉상승률을 충분히 파악하여 비교해보고 결정해보는게 좋다.

 

 

| DC형 퇴직연금의 실제 수익률은?

 

똑같은 금융사에서 운용한다 하더라도, DB형과 DC형은 수익률에서 차이가 있다. DB형과 DC형은 투자하는 상품의 비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DB형의 경우 사업자들이 원금보장형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수익률 편차가 크지 않은 편이다. 투자금은 주로 예적금이나 주가연계사채(ELB)에 들어가 있다. 

 

DC형은 개인이 직접 상품 운용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주식, 채권, ETF 등 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고, 각 사업자별로 수익률 차이가 큰 편이다. 

 

여기서 DB형의 수익률은 사실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DB형의 수익은 잘 나와봐야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DC형의 수익률은 어떻게 될까?

아래는 각 사업자별 2020년 DC형의 수익률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사업자 별로 편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그러므로 DC형을 채택할 때는 어떤 금융기관에 맡길지도 중요해진다.

DC형은 개인이 직접 상품 운용에 개입할 수 있으므로 좋은 투자 상품을 선정한다면 큰 수익이 날 수도 있다. 다만 손실도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점 또한 유념해야 한다.

 

출처: 중앙일보. DC형 실적배당형 상품은 큰 수익이 날 수도 있으나, 손해 또한 있을 수 있음을 유념하자.

 

결론은? DC형 수익률, 제각각이다.

DC형의 수익률은 금융기관, 금융상품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동일한 상품이라 하더라도 연도별 수익률 또한 일정하지 않다. DC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려는 근로자는 어떤 투자 상품이 현재 투자하기 좋을지 면밀히 조사하는 과정을 가져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DB형보다 못한 수익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특별히 본인의 투자 성향이 안정지향형이라거나,

이것저것 조사하는게 다 귀찮다면, DB형을 채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