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당장 집을 사지 않는 이유(1) - 집값 상승은 쉬어갈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집값이 멈출 줄 모르고 치솟아 올랐다.

 

2019년부터 이어진 아파트 가격 급등세는 아직 집을 사지 않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해 주기 충분했다.

서초에 13억 하던 아파트는 23억이 되었고,

분당에 10억 하던 아파트는 15억이 되었고,

수원에 4억 하던 아파트는 10억이 되었다.

'설마 더 올라서 나중에 집을 못 사면 어쩌지?'

혹여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영영 떠날까봐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패닉 바잉' 을 시도했다. 

이것저것 다 끌어올 수 있는 대출을 모두 끌어와서 '영끌'로 집을 구매한 것이다.

주담대 + 신용대출 + 그 외 끌어올 수 있는 돈

모든 돈을 집에 쏟아붓고 집을 산다. 그리고 그 대출금을 갚기 위해 평생 일하는 모드로 살게 된다.

현 직장에 충성하면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변에서 너도나도 산다고 해서 따라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주변에서 모두가 살 때는 잠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멈출 줄 알아야 한다.

남들이 산다고 따라 사면 그 주택 본연의 가치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사야 된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부동산 상승론자들은 오늘의 집 가격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격이므로 지금 당장 사야 한다고 무주택자들을 부추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래 후술 할 모종의 이유를 근거로 집값이 계속 오를 수는 없다.

 

 

|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려운 이유

오해하지 마시라. 집값이 오른다는 것 그 자체에는 나 역시 동의하는 편이다.

다만, 현재와 같은 '급등'이 유지되진 못할 것이다.

 

당연히 집값은 오르는 게 정상이 맞다.

단, 얼마만큼?

'물가상승률'만큼.

이는 모든 재화와 용역에 대한 비용이 상승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화폐를 발행하기 때문에 화폐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모든 재화와 용역은 가격이 조금씩 상승하게 되며, 우리는 이것을 '물가상승률'이라고 부른다. 집도 마찬가지. 집은 재화의 일종이다. 당연히 물가상승률의 영향을 받는다. (=화폐 가치 하락의 영향을 받는다) 집의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가격은 당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잠깐
집의 가치는 계속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집의 가치를 순수하게 건물의 가치만 생각한다면, 이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집의 가치는 건물의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땅의 가치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집 내지 건물을 구매할 때에는 단순히 건물 이용에 대한 권리뿐만 아니라 땅에 대한 권리도 함께 구매하게 된다. 그래서 건물의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땅의 가치가 많이 오르게 되면 그 건물을 구매할 때 지불해야 할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건물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노후화)에 의해 떨어지게 되지만, 땅의 가치는 시대적 상황이나 공간적 상황에 의해 크게 바뀔 수가 있다.



그렇다면 왜 근래 집값은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상승률을 보였던 것일까?

아니 근래가 아니라 왜 대한민국 건국이래 집값은 빠르게 상승했던 것일까?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동산은 꾸준히 우상향 했고, 일부 지역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다음 두 가지이다.

1. 인구 상승

2. 도시화

 

혹자는 저금리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든지, 정부 정책 변화(대출규제, 세금정책변경)가 원인이라든지 혹은 매수심리를 자극해서 그렇다는 둥 여러 가지 이유를 대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상승세를 촉발시키는 트리거의 역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가격은 무엇이 결정할까?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상대적으로 많으면 가격이 내려간다.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 부동산 시장도 철저하게 시장경제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저금리니 정책이니 심리니 백날 떠들어봐야 그것은 부수적인 요인에 불가하고 결국 원론적으로는 집값 역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그 외의 것들은 단순히 수요나 공급의 양을 변화시키는 요인인 것이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요가 계속해서 많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 것인데,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렇다.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특히 서울, 수도권 거주에 대한 수요는 대한민국 건국이래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첫 번째로는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그 증가한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1. 인구 상승

 

권역별 인구변화 (출처: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위 그래프는 국토교통부에서 발행한 '청소년을 위한 대한민국 국가지도집'에서 수록된 자료다.

대한민국 수립 이후 인구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호남권을 제외하면 모든 권역에서 인구는 꾸준하게 상승 중이며, 특히나 수도권이 그 상승세가 매우 도드라진다.

기본적으로 인구가 뒷받침되므로 집 구매 수요도 탄탄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인구가 증가하고 수요가 증가할 때, 주택 공급을 넉넉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집값은 필연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2. 도시화

집값은 유독 지방보다 수도권이, 그리고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중심부가 많이 올랐다.

왜 그럴까?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만큼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수도권 인구 집중화 추이를 보면 더욱이 잘 이해된다.

 

수도권, 비수도권의 인구비율 추세 (출처: 중앙일보)

 

권역별 인구밀도 변화 (출처: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도시화가 진행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수도권에 더더욱 몰리게 된다. 

왜 유독 서울의 집값은 더욱 올라가는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모든 인구가 수도권에 쏠리고, 그중에 돈이 있는 사람들은 강남에서 살고 싶어 하니까.

수도권역에 있는 사람들은 강남이 워너비 동네니까.

수요가 몰리고, 수요가 많은 만큼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도시화는 물가도 어느 정도 오르게 한다. 도시에서 구하기 수월한 공산품이나 서비스들을 제외하고는 자원 자체에 대한 경쟁이 높은 편이므로 물가도 시골보다는 도시가 조금 높은 편이다. 부동산 같은 한정 자원은 더욱 도시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토지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는데,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 토지 가격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안 그래도 증가하는 인구 요인에 더해서 서울-수도권 집값 상승에 불을 지핀 또 하나의 요인이라 볼 수 있겠다. 

 

서울 주요 34개 아파트 시세변화 (출처:뉴스웍스)

물론 집값이 반드시 인구 곡선을 따라가진 않는데, 이것은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도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도권에 인구가 몰렸다고 해서 반드시 그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대한민국 사람들 특성상 아파트를 주거로 매우 선호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 급등세는 주로 아파트에 적용이 된다. 빌라,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은 아파트만큼의 폭등세를 보이지 않는다. 아파트만큼 선호되는 주거가 아니기 때문에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상승하는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증가하는 인구가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견인한다고 볼 수는 없겠다. 하지만 수요층이 되는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집값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전제조건이다. 인구 상승 및 밀집이 집값 상승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은 된다는 말이다. 

 

| 앞으로의 집 구매 수요 추이는?

 

앞서 인구 상승 및 밀집이 집값 상승의 필요조건이 된다고 했다. 이것이 참이라면, 앞으로 인구가 상승하지 않고, 밀집하지도 않는다면 집값 상승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우선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가 시작되었다. 저출산 Crash! 집값을 유지하는 데에는 이것은 어마어마한 타격이다. 집 구매 수요가 감소하는 지역이 어쨌든 생긴다는 것이다.

 

그럼 집중화 현상은 어떤가?

서울-수도권만은 오르지 않을까? 사람들이 몰리니까?

여기 관련해서는 한 가지 따져봐야 할 사항이 있다. 여태 사람들은 어떤 요인으로 수도권으로 움직였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 요인이 계속 유효한지.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가장 지배적인 요인은 일자리 때문이었다. 80년 이후로 청년들은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유가 일자리인 만큼 이주하는 주 연령층은 20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주를 할 수 있는 청년층의 인구 자체가 급격히 줄어드는 중이다. 저출산 Crash!! 절대적인 출생자 수가 적기 때문에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에도 한계가 온 것이다.

 

지금 수도권으로 주로 이주하는 세대는 베이비부머의 자식들인 에코붐 세대(90년생)다. 연 70만 명 태어난 비교적 인구가 많은 세대에 속하는데, 내 주변만 하더라도 일자리를 찾아 지방을 떠나 서울-수도권으로 이주한 90년생들이 꽤 많다.앞으로도 그렇게 이주하는 인구가 많을 거라고? 유감스럽게도 앞으로 00년생 청년들은 인구 수 자체가 무척 적다. 00년생들은 연평균 40만 명 태어났으므로 에코붐 세대 인구의 57%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베이비부머의 40% 수준이다.

 

사람은 주거지가 주로 일자리에 의해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20대 이후로는 지역 이전이 급감하기 시작한다. 즉, 20대가 아니라면 수도권으로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이미 지역 경제에 참여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 역대 최하의 출산율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앞으로 유입되는 청년 인구수가 적어진다면, 수도권이라 하더라도 현 아파트 구매 수요가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 부동산 시장의 하락기가 올 것인가?

 

앞서 말했듯이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의 과열된 부동산 시장은 한 번은 쉬어갈 것이다. 보합세 내지 약간의 조정은 올 것이란 말이다.

원래 자산 가격은 무한히 급등하는 경우는 없다. 상승이 있으면 쉬어가는 구간이 반드시 존재한다.

 

요즘 주변에서 20대 후반, 30대 초반인 회사 동료들이 영끌해서 집을 구매하는 광경을 종종 보고 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집값을 견인한 사실상 마지막 타자인 것이다. 원래 집값이라는 건 누군가 받아줘야 오르기 마련이다. 수요가 있어야 오르는거지. 근데 20대 후반이 영끌해서 집을 샀는데, 다음에 그 가격을 받아줄 후배들이 어디있는가? 대출도 안 나오는 보통의 20대 초중반 대학생이 집을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요즘 취업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현재 대학생들이 대학생을 탈출하는 데는 이전보다 더욱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당장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집에다가 영끌? 당연히 불가능하다. 다음 수요 세대인 현 대학생, 취준생들이 이 부동산 가격을 받아주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줘야 할 것이다. -> 적어도 보합세가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상승세가 멈출 것이라 예견하기는 어렵지만, 곧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한 번의 보합세가 찾아오면 이전과 같은 급등세가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다. 일단 40대부터 30대, 그리고 20대 후반까지 연달아 이어진 패닉바잉으로 집을 이미 산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며, 이후로는 00년생부터는 인구수가 급감하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집 구매 수요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글이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지금 당장 집을 구매하려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보합세가 이어지면 그때 가서 구매해도 늦지 않다.

 

집값이 횡보할 거면 지금사나 앞으로 사나 똑같지 않냐고? 앞서 말했듯이 화폐가치는 계속 하락한다. 물가는 오른다. 내 재산도 함께 올라야 가치가 유지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집을 샀는데 집값이 횡보하면 이미 손실인 것이다. 

 

집은 비싸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몰빵이다. 집 사는데 돈을 쓰면 남는 자금이 없다. 다른 투자활동을 전혀 못하는 것이다. 몰빵했는데 횡보한다. -> 다른 투자 활동을 못한다. -> 근로소득 밖에 없다. -> 월급을 꼬박꼬박 집에다 쏟아붓게 된다.

남들은 다른 자본소득을 취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데, 당신은 집 대출금을 값는다고 뼈빠지게 일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시라. 대출금 갚는 노오예~

 

부디 신중하자.

특정 자산 가격이 조정없이 계속 상승하는 일은 없다.

집값도 마찬가지다.